전시 프리뷰

Section1 소외에 관한 밑그림 : 블랙드로잉

Ceux qui dèsirent Sans Fin
끝없이 욕망하는사람들 

퀘이 형제는 1970년대 중반에 영화 포스터 형태의 흑백 작품들을 제작한다.
블랙드로잉 시리즈는 퀘이 형제의 누아르적 작품관을 암시한다. 산업화 된 도시의 어둠 속에 홀로 서있거나, 마리오네트로 전햑하였거나, 해부학적이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된 인간들의 모습은 장차  퀘이의 작품들에 등장할 실존적 의문의 밑그림이자 초현실적 표현의 실마리다. 
블랙드로잉 시리즈는 종이와 연필만을 재료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명암과 메타포로 현대인의 소외를 차분하고 절망적으로 그려낸다. 

Section 2. 침북의 비명 : 퍼핏 애니메이션

  Street of Crocodiles "Tailor's Shop" 
Photograph©KIM yeonje 

퀘이 형제는 퍼핏과 오브제의 스탑모션을 통하여 데코르 위에서 몽환적인 침묵의 서사를 펼친다. 스탑모션은 물리법칙과 시간의 연속성을 배제할 수 있는 표현기법이다. 퀘이 형제는 기법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시각적 변주를 시도하였다. 급작스러운 시점의 전환, 의도적인 초점의 회피와 도약, 섬뜩한 퍼핏의 등장과 잔혹한 변형은 영상을 지배적으로 관통하는 연주곡과 융합되어 혼란스러운 무의식으이 장면을 연출한다. 애니메이션 전반에 펼쳐진 성적 상징들과 불안정성은 관객에게 위태롭고도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Section3. 경이의 방: 도미토리움과 확대경

The Cabinet of Jan Svankmajer 
“The Alchemist of Prague” 
Photograph©KIM yeonje 

퀘이 형제는 자신들의 퍼핏 애니메이션 데코를 ‘잠자는 곳’ 또는 ‘묘소’를 의미하는 ‘Dormitorium’으로 명명했다. 작품 속에서 도미토리움은 그 명칭처럼 무의식적 사건들의 무대이자 실존적 불안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된다. 도미토리움은 그 자체로도 예술적 완결성을 가지는데 마치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채운 경이 의 방(Wunderkammer, Cabinet of curiosities)과 같은 인상을 준다. 상징적 오브제들과 기괴한 퍼핏 하 나하나 뿐만 아니라 그 정교한 구성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Section4. 고요한 밤 시리즈 : 다양한 실험들

“The Calligrapher” BBC 2 Ident 캘리그라퍼 

퀘이 형제는 스톱모션, 퍼핏과 오브제, 실사, 컴퓨터 그래픽을 혼합하여 다양한 실험을 하였다. 예술영화 뿐만 아니라 상업광고, 방송프로그램 타이틀, 박물관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오페라 또는 연극무대의 디 자인과 같은 대중적 영역의 작업에도 왕성하게 참여해왔다. 퀘이 형제의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퍼핏 애니 메이션 장르의 폭넓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Section5. 인간의 삶이라 불리는 꿈 : 
실사 장편영화 

 The Piano Tuner of Earthquakes “Doll Furniture”
 지진 속의 피아노 조율사 “인형 가구”  

퀘이형제는 1995년 첫 번째 실사 장편영화 <벤야멘타 연구소>를 선보였다. 퀘이 형제는 이 작품으로 로 카르노, 스톨홀름, 시체스 등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퍼핏 애니메이션이라는 한정된 장르를 넘어 일반적인 형식과 재료로도 자신들의 시청각적 작품세계를 능숙히 구축해낼 수 있는 진정한 예술가라는 사 실을 입증했다. 장편 실사영화에서도 폐쇄적 데코, 미로 같은 내러티브, 시적 비유와 같은 퀘이 형제의 독특한 스타일은 여전히 두드러진다.

Section6. 엿보는 즐거움 : 새로운 도전, 
미술관으로

The Coffin of a Servant’s Journey 
하인 여행의 관

<하인 여행의 관>(2007)은 퀘이 형제의 설치미술이다. 관객은 관에 뚫린 구멍을 통하여 영상을 볼 수 있 다. 이 작품은 만화경, 활동요지경, 프락시노스코프와 같은 완구처럼 시각적 자극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관객은 불편을 감수하고 계단을 올라가 관 속을 들여다보는 적극적인 행위를 실천하면서 시청각과 함께 촉각의 경험을 얻는 동시에 엿보고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시작과 끝 이 없는 영상을 송출하므로 한 편의 영화적 체험이라기 보단 파편화된 개념예술에 가깝다.